전국 시도협회 전무이사들이 서울시태권도협회만 국기원 경기장에서 승(품)단 심사를 실시하는 데 대해 부당함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대전 유성 레전드 호텔에서 열린 전국 시도협회 전무이사 간담회에서는 국기원경기장에서 서울시협회와 소속 구지회만 승(품)단 심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잘못됐다며, 서울시 외에 지방 시도협회도 국기원 경기장에서 심사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7일까지 충남협회, 경기도협회, 강원도협회 등은 국기원에 승(품)단 심사 실시를 위한 장소사용 요청을 했고 타 시도협회의 요청도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윤웅석 전국 시도협회 전무이사협의회 회장 겸 광주협회 전무이사는 “국기원이 서울시협회만의 것인가? 우리도 승(품)단 심사를 국기원에서 실시할 수 있다”며“시도협회 전무이사들이 이에 동의했고 광주협회도 장소사용을 곧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도협회가 국기원 경기장에서 승(품)단 심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서는 이면에는 서울시협회가 국기원에서 심사를 본다는 상징성을 들어 타 시도에 거주하고 있는 회원들을 심사대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현재 서울시협회는 구지회로부터 내년도 심사계획을 받는 중이다. 구지회를 통해 심사계획을 받으면 국기원에 장소사용을 요청할 예정이다.

장종위 서울시협회 전무이사는“서울시협회 승(품)단 심사인원이 많다보니 구지회서 소화를 못해내는 실정”이라며 “구지회 지역에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이 없는 경우에는 국기원 경기장에서 심사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라고 밝혔다. 또 장 전무는 “우리 (서울시)협회는 구지회들에게 타 시도 수련자들의 심사를 원칙적으로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도협회의 장소사용 요청서를 취합하고 있는 국기원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국기원은 서울시에게만 편의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없으며 타 시도협회에서 장소사용을 요청해오면 사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국기원이 모든 시도협회의 승(품)단 심사를 다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사에 응하는 대상자가 주로 초등학생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승(품)단 심사는 학교수업이 없는 주말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기원의 올해 행사일정 중 서울시협회 소속 구지회가 승(품)단 심사를 실시한 날은 총 67일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친 105일 중 절반이상을 사용했다.

게다가 국기원 경기장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일정을 살펴보면 서울시협회 9개, 서울시 구지회(강남, 광진, 금천, 서초, 송파) 5개, 대한태권도협회(아시안게임대표선발전, 전국우수선발대회, 국가대표최종선발전) 3개, 국민생활체육협의회 3개, 태권도선교회 1개, 라이온스 1개 등 각종 대회가 22개나 되며, 대회기간은 총 62일에 달한다.

따라서 서울시 승(품)단 심사와 각종 대회들을 합쳐 총 129일을 외부단체가 사용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국기원은 설립 당시 경기장이 아닌 수련장의 개념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들어가기에는 장소가 협소하고 연습장, 휴식공간 등의 편의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

국기원 지도자 연수원이 실시하는 지도자교육은 정원초과로 국기원 경기장이 아닌 외부에서 실시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국기원 시범단 역시 각종 행사 개최에 밀려 다른 장소로 옮겨 다니며 훈련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다.

현재 국기원은 매주 토요일만큼은 국기원 시범단이 훈련을 하도록 승(품)단 심사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다.

따라서 서울시를 비롯한 시도협회들이 승(품)단 심사를 실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국기원 경기장의 장소사용 승인은 현실적으로 슬기롭게 조정해야 한다.

그 동안 국기원 경기장에서는 대회가 열리기만 하면 선수들과 학부모,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이동통로가 마비되는 등의 문제가 반복돼왔다. 그와 같이 큰 규모의 대회들은 가급적 외부에서 진행하도록 하고 국가대표선발전 등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주관하는 주요대회만이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승(품)단 심사의 경우 국기원이 KTA에 위임했고, 이를 KTA가 다시 16개 시도협회에 위임한 사항이므로 KTA도 승(품)단 심사 장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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