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태권도대표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9개의 금메달로 일본을 제치고 3회 연속 종합 2위를 달성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고, 국내 각종 매스컴들도 태권도가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일반 대중들이 바라본 태권도 경기에 대한 시각은 좋지 않았다. 바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발놀림(스텝)만 하며 먼저 공격하기 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되받아 공격하려는 ‘받아차기’ 공격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수들이 구사하는 발차기의 횟수 또한 많지 않았고, 공격기술도 시종일관 돌려차기 일변도였다.

특히 방송매체에 비춰진 태권도 경기는 발차기 하나하나에 신중함을 기할 수밖에 없는 결승전이 대부분이어서 태권도 경기가 마치 받아차기의 공격패턴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방송 3사의 해설자들 모두 받아차기보다는 빠른 선제공격과 얼굴공격, 뒤차기 등의 다양한 기술구사를 주문하며 방송도중 아쉬움을 표현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과 맞붙은 해외 선수들까지 받아차기 일변도로 공격기술이 변화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인 지도자들에게 교육을 받은 해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공격패턴을 파악해 불안한 선제공격보다는 받아차기를 주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받아차기 일변도 때문에 태권도 경기가 재미없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경기대회가 열릴 때마다 제기됐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느끼고 있는 점은 확연히 달랐다. ‘태권도 재미없다’는 국내 언론보도를 인터넷을 통해 카타르 현지에서 접한 선수들은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보도라며 개탄했다. 한 선수는 국내 언론보도를 접한 소감을 묻자 “태권도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당시의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선수 역시 “상대 선수가 받아 차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먼저 들어가느냐”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대중들의 인식들과 선수들이 느끼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어 태권도 경기를 재미있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기규칙 개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단순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현행 경기규칙을 유지하면서 감독, 코치, 선수들의 자의로만 공격기술 변화를 주문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발차기 하나로 인해 순위가 결정되고, 순위는 선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판정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8년 북경올림픽에 전자호구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전자호구 도입이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태권도 경기를 보는 일반 대중들에게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전자호구 도입과 함께 경기규칙 개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

내년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세계예선대회. 세계예선대회는 북경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대회다. 이때까지 태권도 경기를 보다 재미있게 바꿀 수 있는 경기규칙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008년 북경올림픽에서도 재미없다는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태권도가 2009년 10월 코펜하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올림픽 참가종목으로 결정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발휘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경기규칙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단순한 순간적인 발상보다는 선수들의 기술변화까지 고려한 중장기적인 경기규칙 개정이 절실한 때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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