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 카타르 도하에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와 장웅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가 만나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한 합의서에 서명함에 따라 WTF와 ITF간의 통합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풀어야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태권도가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대승적인 차원의 통합론이 내재돼 있기 때문에 논란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수장인 자크 로게 위원장의 중재노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물론 로게 위원장이 WTF와 ITF의 통합을 실적 쌓기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올림픽 참가종목 결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태권도로서는 이를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본지는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가 구성된 배경, 오늘날의 ITF 현황, 그리고 풀어야할 과제와 전망 등에 대해 분석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지난 2일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린 카타르 도하에서 조정원 WTF 총재(왼쪽)와 장웅 ITF 총재가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까지.... 

WTF와 ITF간의 통합논의는 2002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국내 태권도계 대부분의 시각이다.

2002년 8월 24일 당시 WTF 총재였던 김운용 IOC 위원이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가 소재하고 있는 모나코에서 북한의 장웅 IOC 위원과 만나 남북 체육교류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대해 논의했고, 북한의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참가와 함께 남북한 태권도 교류를 성공시키기 위해 양측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힘에 따라 WTF와 ITF간의 통합논의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물론 2001년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태권도 교류 합의로 인해 실행에 옮겨진 태권도 시범단 상호 방문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통합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2003년 8월 20일 김운용 총재와 장웅 총재는 ITF 선수들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양 기구의 실무교류위원회를 설치하는데 합의했고, 이듬해에 실무회담을 개최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2004년 1월 28일, 김운용 총재가 38억여 원 횡령 및 8억 1천만 원 가량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배임수재, 외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 됨에 따라 실무교류위원회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WTF는 2004년 조정원 총재 체제로 변모했고, WTF · ITF간의 통합논의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2005년 6월 27일과 28일 양 기구는 중국 북경에서 예비회담을 개최했고, 다시 8월 30일과 31일 같은 장소에서 태권도기술통합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었다.

올해 2월 24일 열린 회의에서 ITF측은 기술통합조정위원회가 아닌 총재를 공동의장으로 하는 기구통합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술통합조정위는 기구통합조정위의 산하 분과로 설치하자고 주장했고, WTF측은 지금까지 회담을 통해 합의했던 기술통합조정위원회와 관련된 원칙적인 내용을 강조하며 합의내용을 이행해줄 것을 요구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회담을 마쳤다.

9월 20일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조정원 WTF 총재, 장웅 ITF 총재가 스위스에서 다시 회동하게 됐고, 이 자리에서 로게 위원장은 양측의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며 중재에 나서 10월 24일과 25일 양 기구는 기술통합은 물론 행정통합까지 논의하는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일 카타르 도하에서 조 총재와 장 총재가 만나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구체화될 전망이다. 

● 3개인 ITF의 현 주소 

현재 세계적으로 활동이 파악되고 있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은 3개. WTF와 통합을 추진 중인 장웅 총재측과 최홍희 총재의 아들인 최중화 총재측. 또 ITF 팬암태권도연맹 회장을 역임했던 트란 트류 콴(Tran Trieu Quan) 총재측 등이 있다.

이중 트란 트류 콴 총재측의 경우에는 활동이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ITF를 거론할 때는 장웅 총재측과 최중화 총재측으로 대변되고 있다.

2002년 6월 15일 최홍희 ITF 총재가 84세를 일기로 사망함에 따라 세 개의 ITF가 서로 다른 정통성을 주장하며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정통성에 대해 세계 각처에서 국제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은 들리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양측의 주장이 서로 다른 상태다.

먼저 장웅 총재가 이끄는 ITF의 사무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소재하고 있지만 북한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장 총재가 북한의 IOC 위원이고 故 최홍희 총재가 ITF의 활동무대를 넓히기 위해 북한에 의미를 부여했었기 때문이다.

장웅 총재의 ITF는 현재 아시아(30), 유럽(42), 팬암(13), 아프리카(16), 오세아니아(5) 등 총 106개국이 소속 회원국임을 주장하고 있으며, 장웅 총재를 비롯해 이기하 수석부총재(영국), 부총재 4명, 사무총장 1명, 재무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 4월 24일부터 29일까지 슬로베니아에서 제15차 세계선수권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최중화 총재측의 ITF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본부, 영국에 사무처를 두고 있으며 아시아(13), 유럽(14) 팬암(12) 아프리카(15) 오세아니아(2) 등 총 56개국이 소속 회원국임을 밝히고 있다. 최중화 총재와 함께 볼미르 리가이(Volmir Ligay · 우즈베키스탄) 수석부총재, 부총재 1명, 사무총장 1명, 재무 1명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내년 8월 1일부터 6일까지 영국 버밍햄에서 제14차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트란 트류 콴 총재측의 ITF는 캐나다 퀘벡에 본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사무처를 두고, 아시아(27), 유럽(28), 팬암(21), 아프리카(10), 오세아니아(4) 등 총 90개국이 소속 회원국이라 주장하고 있으며, 파블로 트라텐버그(Pablo Trajtenberg · 아르헨티나) 수석부총재와 부총재 2명, 사무총장 1명, 재무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 5월 31일부터 6월 3일까지 캐나다 퀘벡에서 제15차 세계선수권대회 겸 제9차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3개의 ITF가 저마다 최홍희 총재로부터 부여받은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저마다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회원국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태권도 통합과정에서 풀어야할 가장 큰 과제로 예상된다. 

● 기술, 행정통합 과제 산적 

WTF · ITF간의 기술통합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겨루기의 경기규칙 통합이 선행과제다.

WTF와 ITF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적용하고 있는 각각의 겨루기(ITF : 맞서기) 경기규칙을 비교해보면 서로간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WTF는 10m× 10m 경기장, 얼굴을 비롯한 몸통, 손까지 보호대를 착용하고 남녀 각각 8체급(핀, 플라이, 밴텀, 페더, 라이트, 웰터, 미들, 헤비), 2분 3회전, 5심제(주심 1, 부심 4)인 반면 ITF는 9m× 9m 경기장, 손과 발에만 보호대를 착용하고 남녀 각각 5체급(마이크로, 라이트, 미들, 헤비, 하이퍼), 2분 2회전, 5심제(주심 1, 부심 4)로 치루고 있다.

태권도의 근간을 이루는 품새(ITF : 틀)도 차이점이 있다. 우선, WTF는 유급자(태극 1~8장), 유단자(고려~일여) 등 17개인 반면 ITF의 틀은 유급자(천지~충무), 유단자(광개~통일) 총 24개다. 품새와 틀은 명칭뿐 아니라 구성하고 있는 기본동작들도 다른 점이 발견된다. 또한 행정통합은 기술통합만큼이나 어려운 과제다.

과연 수장을 누가 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논리에서만 접근해도 행정통합이 어렵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과연 누가 수장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할 것인가, 수장에 대해 조정이 되더라도 회원들이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남북통일만큼이나 풀기 힘든 과제로 남아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각 대륙연맹, 국가협회에서 이를 인정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부 WTF 소속 회원국 내에서도 인사들간의 반목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WTF와 ITF간의 행정통합을 논의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통합논의가 순수한 방법이 아닌 정치적인 방법으로 접근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WTF와 ITF간의 통합과 관련 장웅 총재의 행보를 유심히 살펴보면 IOC 위원직과 북한을 협상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국 IOC 위원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거론돼 스포츠외교가 위기에 봉착한 현 상황과 무관할 수 없으며, 태권도가 올림픽 참가종목으로 탈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인해 IOC 위원들의 한 표가 아쉬운 시점에서 IOC 내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로게 위원장의 중재와 장웅 IOC 위원의 압박은 상당히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또한 국내의 시사적인 문제들 중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분류되는 것이 남북 관련 문제며, 남북의 화해무드 조성을 위해 거론되는 것이 남북단일팀 구성이다. 남북의 정치사회전반에 걸쳐 있는 민감한 사안들을 스포츠외교로 풀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정부에서도 각종 국제대회의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해 신중을 기하면서도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장웅 총재도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있어 남북단일팀 구성과 함께 태권도 통합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통합에 있어 예외적이기는 하지만 WTF와 ITF간의 통합이전에 3개의 ITF를 먼저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WTF와 장웅측의 ITF가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을 하더라도 최중화측과 트란 트류 콴측의 ITF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 자명하다.

만약 WTF와 장웅측 ITF의 통합과정에서 이탈한 반발세력을 흡수한다면 오히려 최중화측과 트란 트류 콴측의 ITF는 지금보다 세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결국, WTF와 ITF의 통합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회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WTF가 ITF를 흡수하는 통합방법은 가능할지 몰라도 1대 1의 기구 통합은 가당치가 않다며 통합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태권도인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태권도 통합이 이뤄진다는 데에 공감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별로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태권도 통합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WTF 자체가 더욱 내실을 다지는 한편 정치적인 논리로 태권도 통합이 진행될 수 없도록 스포츠외교를 강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ITF도 대승적인 차원의 태권도 통합에 공감한다면 3개로 나뉘어진 조직체들을 통합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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