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자체적인 개혁과 이에 대한 홍보 노력으로 지난해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참가종목으로 결정됨으로써 올림픽무대 퇴출의 불안감을 떨쳐냈다.

하지만 태권도가 간신히 올림픽 참가종목 지위를 지켜냈다는 설들이 무성하고,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라테의 위협도 만만치 않은 상태여서 아직도 안심할 때가 아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2016년 올림픽 참가종목이 결정되는 2009년 코펜하겐 IOC 총회까지 개혁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상황이다.

본지는 올해 WTF가 주최하는 국제대회가 끝난 시점에서 올림픽 참가종목 결정에 핵심사항으로 분류되는 심판, 경기규칙, 경기운영 등에 대해 점검하는 기획특집을 8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WTF가 승인하지 않았던 제1회 남부아프리카태권도연맹 선수권대회 모습.

지난 9월 14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남부아프리카태권도연맹(COSATA) 선수권대회.

국내 일간지들은 이번 대회를 일제히 기사로 다루며 아프리카 대륙에서 보여준 태권도의 뜨거운 열기를 보도했다. 이 대회에는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도 초청인사로 참석해 축하 연설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태권도인들은 남부아프리카연맹을 비롯해 선수권 대회를 WTF가 승인한 것이 맞느냐 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WTF 산하 대륙연맹 중 아프리카태권도연맹(AFTU)이 존재함에 따라 남부아프리카연맹은 유사단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취재결과 이번 대회는 아프리카대륙의 산하 협회를 총괄하고 있는 AFTU가 승인한 대회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WTF도 승인하지 않은 대회였다.

일부에서는 조 총재가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비승인대회에 참석, 축하 연설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조 총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WTF의 대회 승인 규정이 구체화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9월 중앙아시아태권도연맹이 국제 친선단체라는 성격을 강조하면서 출범했을 때에도 WTF 소속 대륙연맹인 아시아태권도연맹(ATU)은 반발했고, 태권도인들 역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지난 2005년 8월 강원도에서 열린 양양세계태권도축제의 경우 KTA는 승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WTF는 대회를 승인해 혼란이 발생했었다.

WTF 대회 승인 규정에는 ‘세계’ 명칭 사용금지, 체급별로 4명 이상 참가자와 적어도 4개 국가 이상 참가, 6개월전 대회 승인 요청 때 구비사항 등만이 나와 있을 뿐이다.

현재 WTF 정관에는 세계선수권, 세계품새선수권, 월드컵단체대항선수권, 세계주니어선수권, 세계대학선수권, 세계군인선수권, 각종 국제선수권 등의 대회를 목적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등 국제적인 멀티스포츠대회는 자동승인 된다.

대회 승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앞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다분하다. WTF는 현재까지 승인한 모든 국제대회를 세세히 명기하는 한편 대회 승인 규정을 보완해 명확한 승인 기준을 수립하고 절차까지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WTF의 대회 승인은 최종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국가협회, 대륙연맹을 차례대로 거치는 절차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WTF는 국가협회, 대륙연맹 등을 거쳐 승인을 요청한 대회라 할지라도 다각적인 측면에서 대회 운영 전반을 검토, 승인하고 대회에 감독관을 파견해 WTF의 승인을 위한 제반사항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대회의 승인여부를 결정해야만 문제 발생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WTF가 승인한 대회라 할지라도 어떤 대회에 총재가 참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

WTF 총재가 일선에서 태권도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태권도인들을 만나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개혁건의안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총재는 WTF의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대회 참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대회의 성격과 규모를 구분해 총재가 참석해야 하는 대회를 규정하고, 그 밖의 대회들은 부총재, 사무총장 등이 참석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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