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가 16개 시도협회의 추천을 받아 매년 시상하고 있는 ‘우수도장상’의 폐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갈수록 상(賞)의 가치가 떨어지고 공신력(公信力)을 잃어가고 있다.
<본지>는 수차례 우수도장상의 폐단을 지적하며, 시상의 주체인 KTA가 시도협회의 추천에 의존하지 말고 검증을 거쳐 우수도장상을 시상해야 한다고 제시해 왔다.
그러나 집행부가 바뀌어도 KTA는 우수도장상의 폐단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명확한 추천 기준 없어
우수도장상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시도협회가 추천한 도장의 실상과 실태가 어떤지 최소한 검증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지적에 KTA 측은 실사를 통한 검증은 행정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현 집행부도 마찬가지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연말이 되면 시도협회에 공문을 보내 우수도장을 추천해 달라는데 그치고 있다. 이는 우수도장상을 시상하는 주체로서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수도장상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명확한 추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명확한 추천 기준이 없다 보니 도장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시도협회 집행부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으로 도장을 선별해 추천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시도협회의 집행부는 친분과 협회 공헌도에 따른 인맥(人脈)과 정실(情實)에 비중을 두고 도장을 추천하고 있다.
또 해마다 돌아가면서 우수도장상을 추천하기 때문에 자격과 함량이 미달된 도장도 때가되면 ‘나눠 먹기식’으로 추천을 받아 우수도장상을 받는 실정이다. K협회의 한 관계자는 “시-군마다 돌아가면서 추천을 하고 있다”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정작 우수도장상을 받아야 할 도장이 밀려 나고 자격이 없는 도장이 우수도장상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서는 “우수도장상을 받기 위해선 시도협회 실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공공연하게 새어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소문 중 일부분은 우수도장상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우수도장상을 받은 도장을 시기하고 음해하기 위해 고의로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사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해도 이것은 우수도장상의 폐단을 치유하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한 가지 아이러니컬한 점은 일선 도장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자아혁신과 도장 활성화 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도장 운영) 중 단 한 명도 우수도장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강의를 한다고 해서 우수도장상을 모두 받아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지만, 이는 우수도장상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만하다.
● 우수도장상 전면적인 대수술 불가피
우수도장상이 일선 도장의 지도자들에게 신뢰를 받으려면 추천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확보돼야 한다.
따라서 KTA는 시도협회에 우수도장상 후보자를 추천하라는 공문만 ‘달랑’ 보낼 게 아니라 명확한 추천 기준과 우수도장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추천은 시도협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시상 주체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현재 16개 시도협회가 추천하는 우수도장상의 추천 기준은 제각각이다. 예를 들면 ▷협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도장 ▷심사에 많이 응심한 도장 ▷우수선수를 많이 배출한 도장 ▷오랫동안 제자 양성에 정진한 도장 ▷수련 프로그램이 우수한 도장 등 해당 협회의 특성과 정서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대한태권도협회는 우수도장상을 세부적으로 나눠 ‘○○우수도장상’이라고 명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의 한 관장은 “시도협회 추천에 의지하지 말고 KTA가 직접 우수도장상을 받을만한 도장을 물색하던지 아니면, 별도의 추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우수도장상의 잡음과 불신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책은 KTA가 선정위원회를 구성, 시도협회가 추천한 도장을 대상으로 실사(實査)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KTA가 실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갈수록 공신력을 잃어가는 우수도장상을 폐지해야 한다.
손천택 인천대 교수는 “상(賞)이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행동에 따른 결과의 보상이 나타나야 한다”며 신중하지 않게 선정하면 오히려 상의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A 집행부도 이러한 여론을 잘 알고 있다.
류호윤 KTA 기획부장은 지난 22일 “그렇잖아도 우수도장상 등 표창제도를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앞으로 표창제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장은 우수도장상 개선에 대해 “KTA 도장분과가 직접 추천하고 검증하는 방안과 ‘올해 최고의 우수도장상’을 신설해 상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A가 우수도장상의 폐단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수도장상의 공신력뿐만 아니라 KTA의 신뢰도 함께 추락할 것이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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