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F)이 매년 국제심판 각 급별로 50달러(3급, P급), 70달러(2급), 미화 100달러(1급)씩 받아오던 연회비를 올해부터 50달러로 단일화한다. 이는 지난해 7월 베트남에서 열린 WTF 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국제심판 연회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현실여건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 국에 있는 심판들에게 홍보책자를 우송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행정 비용이 연회비에서 지출되기 때문이다. 연합회 측은 이날 모든 심판들에게 홍보 책자를 보내지 말고 책자를 원하는 심판들의 신청을 받아 우송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WTF가 이것을 현실화할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12월 21일 WTF 국제심판연합회(회장 박흥신)와 문동후 WTF 사무총장 간의 면담에서 확인됐다.

이날 연합회 측은 ▲국제심판 연회비 및 보수교육비 폐지 ▲겨루기 심판복과 품새 심판복을 통일하고 금전적 손실 보상 ▲대회에 위촉된 심판원들의 항공권 제공 ▲자격과 경력을 검증된 사람을 심판위원장으로 선임 ▲ 국제심판 비리 연루자 명단 공개와 퇴출 ▲전자호구 도입에 따른 전자호구 경기규칙을 만들고 심판 역할에 대한 대책 마련 ▲심판교육을 하는 실기강사의 자격과 경력 공개 ▲품새경기위원회와 품새심판위원회 설치 등을 건의했다.

그동안 연합회 측은 WTF의 불합리한 국제심판 운영과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촉구하며 조정원 총재와의 면담을 수차례 요구해 왔으나 문 총장이 이날 연합회 측 관계자들을 만나 이들의 건의 사항을 수렴했다.

이날 연합회 측은 국제심판 보수교육비 100달러를 폐지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은 보수교육 신청자가 적은 경우 강사의 항공료와 체재비 등의 경비가 적자일 때도 있어 연회비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국제심판들의 항공료를 제공하는 등 국제심판들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선 세계선수권대회 등 큰 대회를 유치한 나라는 심판들의 항공료를 제공하지만, 못 사는 나라들이 오픈대회를 할 경우에는 항공료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흥신 회장은 새로 만든 심판복에 대해 “WTF가 앞으로 주최하는 대회에 위촉되는 심판들에게는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신형 심판복을 맞춰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총장의 말은 이와 다소 다르다. 문 총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전화통화에서 “(신형 심판복은) 가급적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 총장은 연합회 측이 정치적인 색깔을 띠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오늘 나눈 이야기 중 총재께서 아셔야 할 부분은 총재께 말씀드리겠다”며 연합회 측과의 면담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2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와 약속한 것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만약 불합리한 관행이 시정되지 않고 심판들의 처우개선이 개선되지 않으면 계속 싸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문 총장과의 면담에는 연합회 박흥신 회장을 비롯해 김정록, 김봉환, 유호경, 윤성환 국제심판들이 배석했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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