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는데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대인관계'이다. 대인관계의 기초는 상대방을 부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태권도계도 일종의 사회이고 조직이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따라 수많은 호칭이 있다. 윗사람과 직장 상사를 부를 땐 '씨'보다 높여 부르는 존칭 접미사인 '님'자를 붙인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그러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를 땐 점잖게 '00군' '00양'이라고 하기도 하고, 성 뒤에 직책이나 직함을 덧대기도 한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이름을 부른다.

문제는 아랫사람을 부를 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이름을 부르는 경우다. 상대방과 단 둘이 있을 때난 술자리 같은 사석에서는 친밀감을 위해 이름을 불러도 무난하겠지만, 공식 석상이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아무리 자신보다 직책이나 직급이 낮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이름을 부르는 것은 결례이자 사회적 에티켓이 없는 무지의 소치다.

그렇다면 태권도계는 어떤가.

 운동을 매개로 얽혀진 집단이다 보니 선배와 후배,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가 군대 못지않게 엄격하다. 아직도 상명하복(上命下服) 식의 풍토도 남아 있다. 따라서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이 다른 집단에 비해 상스럽고 거칠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태권도 대회가 열린 한 체육관. 모처럼 스승을 만난 40대 초반의 H가 스승에게 인사를 했다. 주위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스승은 H의 인사를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H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말했다. “스승님, 저도 이젠 마흔이 넘었고, 제자들이 있는데 이름 뒤에 직책을 불러 주세요.” 이 말이 끝나자 그 스승은 “너, 참 많이 컸다”며 비꼬았다고 한다. 혹 마음 속으로 “싸가지 없는 ×”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태권도인들의 못된 습성 중 하나는 상대방을 낮추고 깔봐야 자신이 높아진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런 습성은 상대방을 부를 때 여과없이 나타난다.

아무리 후배나 제자라 할지라도 주위에 사람들이 많거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 사람의 인격에 맞는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 이름을 부르지 말고 성(姓) 뒤에 직위나 직책을 붙여 부르면, 듣는 사람의 기분이 얼마나 좋겠는가. 자신의 품격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세월이 흐르는 만큼 후배들과 제자들의 사회적 위상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선배와 스승의 도리일 것이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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