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는 지난 10일 WTF 사무처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문동후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윤택, 김세환 사무차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이달 중으로 후임 사무총장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의 후임 인선, WTF 사무처 조직개편 등의 중대발표를 기대했던 기자들은 정작 조 총재가 보도자료와 함께 밝힌 내용들이 당초 예상에서 빗나가자 기자회견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WTF가 제공한 보도자료와 조 총재가 모두발언에서 밝힌 사안들은 사표수리 여부를 공식화했을 뿐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조 총재가 모두발언을 비롯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언급한 발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정원 WTF 총재는 지난 10일 WTF 사무처 회의실에서 태권도전문신문, 국내외 일간지, 방송사 등 약 3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무처 내부 개혁 중단 없다 

“아무튼 시작된 개혁은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고, 가장 모범적이고 바람직한 국제스포츠기구로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개혁 작업의 지속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갖게된 일련의 사건들이 말해주듯 조 총재가 언급한 개혁이라는 단어는 사무처 내부 개혁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현재 남아있는 차장급 이하 직원들한테 요구할 것이다. 어느 직장이든지 자기 개선 개발에 대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사무처 직원들이 외국어를 하지만 외국어 구사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줄 생각이다. 앞으로도 직원들에게 외국어 습득에 대해 요구를 할 것이고 전 직원에 대한 업무평가제와 연봉계약제를 도입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같이 동참하고 아닌 사람들은 스스로 그만둬야 할 것”이라 말했다.

따라서 사무처 직원들의 철저한 인사관리를 통해 향후에도 인적쇄신 작업을 실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 외국인 총장 선임 현실성 적어 

조 총재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문 총장의 사표수리와 함께 후임 사무총장을 이달 중으로 선임하겠다는 점만 밝혔지 구체적인 인물에 대한 발표는 차후로 미뤘다. 따라서 조 총재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까지는 후임 총장에 대한 추측들이 무성하게 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자회견 이전부터 태권도계는 문 총장의 사의표명을 공식 사퇴로 받아들이면서 후임 총장 선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부 WTF 관련 인사들이 후임 총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렸고, 앞으로 하마평에 거론되는 인사들의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후임 총장 후보의 하마평에는 WTF 사무처에 유래가 없는 외국인도 포함돼 있어 관심을 증폭시켰다. 

기자들이 조 총재에게 외국인 총장 선임 가능성에 대해 묻자 “연맹 규정에 외국인 총장이 오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도 “외국인 총장이 오기 위해서는 주택문제 등이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밝혀 후임 총장은 국내 인사일 가능성이 높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또한 조 총재는 후임 총장의 선임기준에 대해 “후임 총장은 국제 감각이 가장 중요하다. WTF가 국제스포츠기구이고 182개국의 회원국을 추스르면서 나아가야하기 때문에 국제 감각이 가장 중시된다”고 밝혔다.

● 외국인 채용, 개혁평가위 제안?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조 총재가 강조했던 사안 중 눈에 띠는 부분은 외국인 직원 채용 확대다.

조 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WTF를 명실상부한 국제스포츠기구로 만들기 위해 사무처에 외국인 직원 채용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적인 기자회견의 맥락을 살펴보면 외국인 직원 채용 확대에 대한 언급은 다소 이례적이다.

조 총재는 모두발언에서도 “향후 외국인들도 같이 참여하는 사무처, 또 올림픽 종목으로 손색없는 WTF의 사무처가 될 것이다. 지속적인 태권도 발전을 위해서는 사무처의 세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조 총재는 외국인 직원 채용 확대에 대한 질문에 대해 “2004년 11월 총재로 부임한 이후 (외국인 직원)채용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 사람들이 볼 때는 아직도 한국 사람들 중심으로 (사무처가) 움직인다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각 대륙연맹의 추천을 받아 외국인의 참여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조 총재가 외국인 직원 채용 확대를 강조한 배경에는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열렸던 개혁평가위원회의 제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조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개혁평가위원회를 언급하면서 “11월 태국에서 열렸던 개혁중간평가에서 아직까지 행정개혁이 덜됐다. 즉 태권도의 종주국이 한국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지만 너무 한국인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해 외국인 직원 채용 확대를 강조한 배경일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 인적쇄신작업 마무리 예상

조 총재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전개될 사무처 조직개편의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후임 사무총장을 선임하는 대로 사무처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뜻만 강조했다. 조 총재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통해 유추해보면 조직개편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적쇄신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직제개편, 인사이동 등의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 총재는 총장, 사무차장에 이어 부장급까지 인적쇄신 여파가 미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후임 사무총장이 오면 협의해 나가야겠지만 총장, 사무차장이 사직한 상황에서 (부장급까지 사표제출)그렇게 되면 몇 사람 남지도 않는다. 인원 자체가 적다”며 부장급까지 여파가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하지만 조 총재는 “총장이 새로 오면 조직개편을 통해 사무처 직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생각”이라고 말해 직제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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