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F(세계태권도연맹)는 지난 12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네오르네상스관에서 대도와 ATM사가 개발한 전자호구 3차 시연회를 개최했다. 

결과는 아직도 WTF가 요구하는 수준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25일 2차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이 두 회사가 WTF에 재 테스트를 요구해 시연회가 이뤄졌지만 너무 성급했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WTF가 사전점검을 통해 재 테스트를 요구해온 이 두 회사의 제품이 시연회를 개최할 정도로 기술력이 향상됐는지에 대한 검토 작업이 전혀 없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앞으로 전자호구개발업체가 테스트를 요구할 때마다 시연회를 개최할 수 없다. 때문에 재 테스트를 요구해올 경우를 대비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번 3차 시연회에서도 2차 시연회에 이어 헤드기어 심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WTF가 전자호구를 도입하기 위한 기본 스펙에는 분명히 헤드기어부분도 포함됐다. 그런데 재 테스트까지 요구한 한 회사는 헤드기어도 없이 몸통부분만 심사를 받았다. 때문에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를 부여하기 위한 의도적 심사였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WTF는 재 테스트를 요구한 업체에서 아직까지도 헤드기어 개발이 안 됐거나 실패했다면 심사자체를 거부했어야 했다.

헤드기어에 대한 심사기준을 명확히 정해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헤드기어를 심사기준에 포함시킬 경우 헤드기어 개발에 실패한 업체를 구제할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호구라고 함은 헤드기어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전자호구라고 전혀 다를 게 없다. 몸통보호대와 헤드기어를 분류해 심사했다는 자체가 문제다. 때문에 태권도인들 사이에는 소문이 무성했던 그 특정업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WTF는 아직 기술력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헤드기어도 개발하지 못한 업체를 테스트하며 허송세월 보내야할 시간이 없다.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논란을 잠재우고 공정한 판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인을 확정한 업체와 공동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2008년 북경올림픽을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각종 국내외 대회에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문제점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그때그때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자호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반호구와는 달리 여러 업체를 공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자로 이뤄졌기 때문에 각기 다른 업체에서 개발한 전자호구끼리의 코드가 전혀 다를 뿐만 아니라 가격이 일반호구보다 훨씬 높아 공인된 모든 업체의 호구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팀의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선수들도 대회 때마다 제품이 바뀌게 될 경우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될지도 사뭇 궁금하다. WTF는 아직 덜 준비된 업체들의 투정을 받아주는 것 보다 공인된 회사의 제품을 더욱 완벽하게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

김창완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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