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7일 오후 4시 45분.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은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주최한 제2회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 개회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태권도 관련 인사들이 한 명 두 명 모여들었다. 그러나 관중석은 썰렁했다. 어림잡아 3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KTA 관계자와 태권도계 인사, 참가 선수들을 제외하면 일반 관중들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9월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 경기장 모습. 관중석이 썰렁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 저곳에서 "명색이 국제대회인데, 사람들이 너무 없다"며 혀를 찼다. 한 태권도인은 "주최측에서 홍보를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며 관중들이 없는 탓을 KTA의 홍보 부족으로 돌렸다. 강제로 관중들을 동원했어야 했다며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KTA에게 돌리는 건 문제가 있다. 흔히 말하는 '홍보 부족'은 일견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돈을 투자해 TV에 광고를 하고, 도심 곳곳에 홍보탑과 플래카드를 내건다고 해서 일반 사람들이 얼마나 대회를 관람할 지 의문이다.

제 아무리 KTA가 많은 예산을 투자해 열심히 대회를 홍보한다고 해도 코리아오픈대회가 열리는 제2체육관을 찾아오는 일반인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KTA 홍보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 경기' 그 자체에 있다. 또 아마추어 종목의 태생적 한계에 있다.

태권도는 다른 구기종목과는 달라서 경기 시간이 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경기가 이어진다. 야구나 축구처럼 2-3시간 동안 집중해서 관람할 수가 없다. 경기도 지루하고 따분하다. 인기 스타나 선수도 없다. 프로처럼 연고제도 없어 응원하는 재미도 없다.

이처럼 흥미가 없는 태권도 경기를 보러 과연 몇 명의 일반인들이 오겠는가. 선수의 가족들도 거의 오지 않는 마당에 말이다.

이런 현상은 태권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기종목이라고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이 하는 야구와 농구, 축구장에 가 봐도 학부모들과 일부 동호인들이 관중석의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프로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아마추어 경기는 근본적으로 홍보를 해도 일반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중들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추어 경기의 현실'이라고 토로하는 양진방 KTA 기획이사의 말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일반인들을 태권도 경기장에 오도록 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추어 경기 방식에서 탈피한 프로 지향의 새로운 태권도 경기 스타일을 창출하는 것이다. K-1처럼 흥미 위주로 경기규칙을 개정하고, 경기 시간을 단축하며, 스타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 일반인들이 태권도 경기장을 찾아올 것이다. 최근 KTA에서 '뉴 태권도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권도 최강자전'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성원 기자
• wtk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