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가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방과후 학교’란 기존의 특기 적성 교육, 방과후 교실(초등), 수준별 보충학습(고교) 등으로 사용된 각각의 명칭과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추진하는 개념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년부터 ‘방과후 학교’ 시행을 시작해 2008년까지 모든 학교로 확대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부운영 내용을 보면 운영주체는 학교장이 맡고 지도강사는 현직교원을 포함해 외부강사나 자원봉사자까지 확대하며, 교육대상에 본교학생은 물론 해당 지역일반인도 포함하여 운영한다는 것이다.

지도시간 및 장소는 학교 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지역 시설을 활용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수요자(학생)에게 최대한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규 교육과정 이후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는 ‘방과후 학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방과후 학교’에 태권도가 포함될 수 있고 실제로 포함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에서 열세인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이 도장 운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교육전문 대기업 대교가 ‘방과후 학교’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선 도장 지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춘성 한양대 사회교육원 주임 교수는 “국내 최대의 교육관련 대기업 대교가 방과후 학교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며 “이 계획에 따라 대교가 방과후 학교에 진출할 경우 500개의 학교만 진출한다고 따져도 2,500여 개 도장이 초토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500여 개 학교로 끝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어 도장이 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고 일선태권도 지도자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대교는 ‘방과후 학교’ 진출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고, 중간에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이스턴씨엔씨) 또한 알려진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소식을 전면 부인했다.

이스턴씨엔씨의 송재익 대표는 “우리는 방과후 학교에 진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 교육에 필요한 사범들을 교육시켜서 보다 나은 태권도 지도자들을 배출해 일선 도장을 비롯해 필요한 곳에 취업을 알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스턴씨엔씨는 지난해 약 50여 명의 태권도지도자를 선발해 중국에서 4주간 태권도 지도자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대교와 이스턴씨엔씨는 ‘방과후 학교’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지만, 대교와 이스턴씨엔씨가 아니더라도 ‘방과후 학교’가 향후 전면적으로 실시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방과후 학교’의 확산이 일선 태권도장을 넘어서 태권도계 전체에 환영할만한 소식인지 우려할 만한 소식인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태권도장으로 갈 학생들의 일부가 ‘방과후 학교’로 유입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일선 태권도장 운영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별로 주당 2일로 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만약 ‘방과후 학교’를 통해 태권도에 흥미를 느끼고 태권도를 보다 깊이있게 배우고 싶은 학생이라면 태권도 전문도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올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일선 태권도장들이 과연 태권도장으로서의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태권도장인지 줄넘기도장인지 축구연습장인지 구분이 안가는 현재의 일부 태권도장들에게는 ‘방과후 학교’가 심각한 위협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태권도를 제대로 가르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도장이라면 현재 포화상태인 태권도장의 거품이 걷어지고 소수 정예만 남는다면 이것이 꼭 나쁜 일이라고만 여기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변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선 태권도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그 해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서성원-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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