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시범단원 23명, 임원 8명 총 31명이 멕시코태권도협회의 요청으로 지난 6월 5일부터 25일까지 3주간 멕시코 8개 도시(몬테레이, 살띠오, 라레도, 마타모로, 과달라하라, 미츄아칸, 이달고, 멕시코씨티)를 순회하며 8회의 태권도 시범 활동을 펼쳤다. 이번호부터 3회에 걸쳐 대불대 시범 활동을 연재한다. <편집자>

6월 4일,  내일이면 멕시코 순회시범을 떠나는 날이다.

그동안 출발을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멕시코와의 시차(한국시간보다 멕시코가 14시간 늦음)로 인하여 준비과정의 협의에서 하루 연결이 안 되면 그 다음날 연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갈수록 출국일은 다가오고, 준비해야 할 일들은 많은데 답답한 심정으로 조금씩 준비하다보니 어느덧 출발일이 왔다.

6월 5일, 점심 식사 후 13시 45분 나리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리타에서 17시 15분에 멕시코 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 돌아가지만 벤쿠버를 경유해서 가는 비행기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는 무너지고 꼼짝없이 격리된 상태에서 쉬어야 했다. 두 시간 쯤 지났을까 다시 비행기에 오르니 멕시코시티를 향하는 것이다. 멕시코 시간으로 6월 5일 오후 7시에 도착하니 Noe Landa Moreno 멕시코시티 태권도협회장님과 임원님들의 환영을 받으며 계획된 일정에 맞춰 짐을 분산시키고 또 다시 몬테레이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였다. 몬테레이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박로대 관장님과 Rosa Maria Adam Tovar 누에보레온주 태권도협회장님과 많은 임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호텔로 향했다.

6월 6일,  멕시코에서의 첫째 날이다.

오늘 일정은 겨루기 세미나가 있으며 단원들은 내일의 시범을 위한 리허설이후에는 휴식을 하면 됐다. 어제의 긴 여정에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듯 단원들의 몸은 무거워 보이지만 밝은 얼굴은 다른 세계에 왔는데 무엇을 더 많이 봐야 할지, 어디에서 신비로움을 찾아야 할지, 주위의 어떤 것이든 남기려고 하는 눈빛을 보니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단원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나의 마음이 흐뭇했다.

오후 4시. 내일 시범이 있을 대학교 체육관에 도착하였다. 벌써부터 겨루기 세미나에 참석할 수련생들이 입장하여 저마다 운동을 하고 있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어린아이부터 중년의 수련생까지 그 연령층이 두터워 조금은 부러웠다.

세미나를 해야 할 시간이 되어 단원들을 집합시켰더니 체육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보통의 생각으로 세미나라고하면 국내에서는 지도자들이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인데 그렇지 않음에 당황스러웠고 난처했다. 어찌되었든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여러 가지에 대하여 설명하고 실습을 시작하였다. 6, 7살의 어린아이부터 50세쯤으로 보이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정말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말로만 듣던 멕시코인의 태권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6월 7일, 오늘은 멕시코에서의 첫 시범이 있는 날이다. 임원들은 이른 아침을 먹고 단원들을 만나러 Tec대학교 기숙사로 출발하였고, 첫 시범이니 만큼 김상건 교수님만 바쁘신 것 같아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몇 가지 행사에 대한 준비사항과 알아야할 사항들을 주최측과 협의를 하고 단원들이 공연을 할 장소의 안전 상태를 비롯하여 현수막 등의 사용시설에 대한 제반 여건을 확인하고 부족한 것이 없나 꼼꼼히 살핀 후 단원들과 함께 점심을 든든히 먹고 좀 쉬었다.

저녁 7시에 시범을 하기 때문에 2시쯤 다시 단원들과 체육관을 찾았다. 벌써부터 관중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웅성이기 시작하고 오늘 시범을 보일 멕시코 태권도수련생들도 멕시코의 한국인 사범들과 현지 사범들의 지휘를 받으며 하나가되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은 되어가고 날씨는 덥고 단원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걱정이었다. 가만히 있는 내가 더워서 몇 번이고 밖으로 나갈 정도였는데, 체육관은 에어컨도 들어오지 않고, 많은 관중의 열기로 마지막 리허설을 위하여 운동하고 있는 단원들이 느끼는 더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다. 그렇게 시범시간은 다가오는 것이다.

먼저 300여명의 멕시코 수련생들의 기본동작, 발차기, 품새의 시범을 시작하여 멕시코의 한국 사범, 멕시코 사범 그리고 수련생들을 중심으로 태권도시연이 이루어졌다. 현지에서는 처음 있는 일 인거 같아 다소 긴장을 하며 관람을 하였다. 이어 마지막으로 대불대학교 태권도시범단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2,000여명의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범단이 입장하고 이어 태극기가 입장하는 그 순간은 멀고먼 멕시코 하늘아래서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가슴이 뛰며, 피가 용솟음침을 느끼는 지금 내가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러워 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여 눈을 감게 만드는 그런 순간인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시범은 단원들의 다소 무거운 몸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시범내용으로 멋진 격파가 이루어 졌으며 송판이 깨질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는 콘서트를 관람하는 관중의 환호와 같았다.

무사히 시범을 마치고 단원들을 향해 밀려드는 관중들의 사인 공세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지친 단원들의 피로를 잊게 만들어 주었으며, 대한민국 태권도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했다.

황범철 대불대 태권도학과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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