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별명이 하나 있다. ‘거지 왕’이라는 애칭이다. 이유는 거지들과 친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길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 시스템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 공짜로 밥을 주는 곳이 많아 전국의 집 없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우리 도장은 유리창을 통하여 도장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밖에서 잘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 공짜로 구경하고 도장 밖에서 태권도를 쫓아한다. 마치 내가 어렸을 때 도장 밖에서 태권도를 공짜로 구경하고 공짜로 배울 때와 똑같았다.

신동기 사범.

어느 날 미국인들의 도전 정신이 그들로 하여금 우리 도장에 도발을 하게 만들었다. 운동을 하고 있는데 거지들 수십 명이 몰려와 우리보고 한 번 싸우자는 것이었다. 우리 학생들도 흥분하여 큰 싸움이 벌어지게 될 것 같았다.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절대로 싸우면 안 된다고 말리며 직접 나섰다. 가만히 보니 두목으로 보이는 놈이 하나 있어서 그놈만 제압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때리면 진짜 싸움이 되니 네가 나를 마음대로 공격 해보라고 하였다.

미국인들은 대개 권투 스타일로 싸움을 한다. 나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놈을 살짝 피하며 아귀손으로 그 두목 놈의 목을 살짝 치며 잡아 땅에 던져 제압을 하였다. 거지 떼들은 저희들 두목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제압당하니 놀래서 웅성거렸다. 나는 땅에 넘어져 있는 그 사람을 일으켜 주며 안 다쳤냐고 물어보며 옷을 털어주면서 악수를 청하니 모두들 나에게 박수를 치고 악수를 하였다.

그 이후에는 나의 도장에 아무도 해를 끼치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들은 매일 도장 앞을 깨끗이 청소까지 해주었다. 이후 동네가 깨끗해지니 동네 사람들이 우리에게 고마워하고 우리 부부에게 거지들이 깍듯이 인사까지 잘 하니 우리 집사람을 거지 엄마라는 별명까지 붙여 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커피와 빵을 사주면서 세탁소와 교회 등에 부탁해서 헌옷들을 얻어다 나누어 주니 나와 우리 집 사람만 보면 공손히 한국식으로 인사를 하였다. 이러니 동네 사람들이 나를 ‘거지 왕’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틈틈이 그들을 도장에 데려다가 목욕도 시키고 태권도도 가르쳤었다. 추운 겨울이 오면 나는 우리 집사람 몰래 거지들을 도장 안에서 재워주었다.

다음날 아침이면 냄새 때문에 집사람에게 꼭 걸리고 만다. 도장 창문을 다 열고 환기를 시키려면 몇 시간을 덜덜 떨어야 했다. 거지들은 대개 술 중독이나 마약에 중독되어 있다. 미국은 참 좋은 나라다. 거지들에게 정부에서 매달 돈을 주니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그러나 그 돈은 일주일을 못 넘긴다.

하지만 거지 제자들 중에서 여러 명이 거지 생활에서 벗어나 새사람이 되었다. 두 명은 사범이 되었고 한명은 목사님 한 명은 택시 운전사들이 되었다. 그들이 거지 생활과 술,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엄청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한데 그 힘이 태권도 수련에서 나온 것이었다. 내가 많은 시간을 거지들과 지내니 우리 집사람이 얼마나 괴로워하였는지 모른다.

게다가 때를 가리지 않고 오는 소님들. 오죽하면 우리 집 별명이 호텔이 되었겠는가! 다시는 안한다는 약속이 계속 깨지니 손님 접대에 아내의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다. 이 기회에 용서를 빌고 싶다.

나와 결혼하기 전 집사람은 중, 고등학교에서 13년간 교사로 일했다. 그래서 친구들 중에 교장 선생님도 있다. 그래서 나와 다툴 때면 나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못 되었다고 원망하곤 한다. 만약 내가 할 수 있다면 우리 집 사람을 하루라도 교장선생님을 시켜주는 거고 태권도 사범 부인에게 주는 상이 있다면 태권도인 들에게 밥을 제일 많이 하여 준 우리 집사람에게 태권도 부인상을 주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나에게 너는 누구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올 때가 많이 있다.

그때 나의 대답은 “I am a Korean Tae Kwon Do Missionary and Beggars Master(나는 대한민국 태권도 선교사이며 거지들 사범)”이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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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기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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