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가까이 있는 시가지를 구경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답게 시민들의 마음도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은 웅장한데 그 출입구나 창(窓)은 아주 작았다.

투어 버스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다시 내려와야만 했다. 가는 곳마다 너무 잘 보존되어있는 건축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895년에 건립된 성당에 들어서니 내부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말을 못하고 그 기세에 눌려 이내 나와야 했다.

밖을 산책하며 우리단원들 만이라도 이렇게 어려움을 이겨내어 보존한 유산들이 후손들에게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해 봤다.

오후 2시, 체육시장이 점심식사를 초청해서 정장을 하고 식당에 갔다. 식당에 도착하니 시장 일행은 바쁜 일이 있어 좀 늦게 도착한다고 했다. 나는 통역자를 불러 불편한 마음을 전하고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건너편 상점을 둘러보고 있으니 괜히 이야기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오후 6시 30분, 식순에 따라 시범이 시작되었다. 사전에 시범 시간에 대한 건의가 있어 다시 겨루기 부분을 부활시켜야겠다는 생각에 통역자에게 관중이 함께 하게끔 안내방송을 하도록 하고, 가능하면 지속적인 안내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현지인 중에 적임자가 있다고 해서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관중들도 더 많은 환호와 박수로 단원들을 격려해 주었다. 

6월 21일,  잔디에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에 우리는 다른 온천을 찾아 미리 준비되어 있는 식사를 맛있게 하고 넓은 잔디밭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시범을 할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에 도착하니 벌써 관중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 역시 태권도에 대한 사랑은 열광적이었다. 우리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어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체육관 시설은 약간 낡았지만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으로 체육관은 순간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나는 오늘도 단원들의 안전에 대하여 마음으로 기도를 하며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하나하나 시연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숙련된 조련사가 성난 사자를 다루듯 우리 단원들은 송판을 하나씩 부수고 있는 것과 같이 정확하였다. 시범이 끝나고 기념촬영과 사인공세는 여전히 줄어들 줄 모르고 이루어졌다.

이윽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이달고 태권도협회 임원의 자택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맛깔스러운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데킬라도 한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더불어 임원들은 선물로 데킬라를 한 병씩 받아들고 답례를 할 것이 없어 민망하여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식사를 마치고 오후의 일정대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6월 22일, 새벽 4시 30분. 일정대로 아침 6시에 멕시코시티로 출발하기 위하여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수영장에서 다친 단원이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는 것을 보니 새로운 기운이 감돌면서 안심이 되었다.

짐을 차에 또 차곡차곡 싣고 이달고 임원들과 작별을 하고 마지막 방문지인 멕시코시티로 향하여 출발했다. 지금 출발을 해서 멕시코시티에 도착하면 호텔에 여장을 풀고 곧 시범 장소로 이동해 멕시코에서의 마지막 시범을 해야 했다. 단원들이나 임원들 모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멕시코시티 호텔에 도착하였다. 예약된 객실이 준비되지 않아 로비에서 얼마간 기다려야 했다. 오전 11시에 시범이 계획되어 있고 어제 다친 단원의 빈자리를 보강하여 시범 일정을 수정해야 했다. 여러 가지로 난관이 여지저기에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여장을 풀고 시범을 할 체육관으로 이동하였다. 좀 일찍 도착하니 관중들은 이미 줄을 서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시범 프로그램의 수정이 완료되고 리허설을 마치고 기다리는데 12시가 넘어도 시범을 진행하지 못해 걱정이 됐는데, 그 후 시범은 시작이 되었고 나는 임원석에 앉아 단원들이 안전하게 시범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빌 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배상기 단원의 시범을 진행하지 않고 마무리 하는 것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고 애써 참은 나의 마음과 눈에도 감격과 고마움의 눈물이 고였다. 단원들 또한 흐르는 눈물을 누구에게 들킬세라 참으려고 애써 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감싸 안았다. 단원들의 마음이 이와 같은데 단원들 곁에서 어르고 달래기를 반복하며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김상건교수님의 마음은 어떠할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늦은 밤, 호텔의 아늑한 공간에서 시범단원들은 맥주를 한잔씩 마시며 오늘까지의 멕시코 전체 일정에 대한 각자의 느낌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이야기 들이 오고갔으며 더욱이 선 후배간의 훈훈한 미덕을 한보따리 풀어놓았다.  <끝>

황범철 대불대 태권도학과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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