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신청서.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심판과, 지도자,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거인단 구성 추첨을 해야 한다.”라는 게 대한체육회의 선거관리규정이다.

선거 때만 되면 태권도협회를 둘러싼 현 집행부 세력과 회장에 도전하려는 세력 간의 선거관리규정 유권해석을 놓고 항상 갈등을 보여 왔다. 이러한 갈등은 선거가 끝나도 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태권도계에 여러 논쟁거리를 건넸다.

강원도태권도협회를 제외한 16개 시도태권도협회가 다음 달부터 회장선거를 실시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회장선거관리규정을 놓고 각 진영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는 차기회장 선거관리규정에 대한 유권해석과 그에 따른 선거인단 구성을 놓고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갈등의 핵심요인은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특정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직군별 선거인수 배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일부 이사들이 서울시태권도협회 안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달 각 시도체육회 및 종목 경기단체로 발송한 선거관리규정 권고안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체육회 선거관리규정권고안에 따르면 선수와 지도자, 심판은 대한체육회 등록시스템에 등록한 사람들로 선거인단을 구성토록 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태권도협회는 본회에 등록한 지도자들만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태권도협회 등록된 전문지도자는 40여 명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대한체육회 등록시스템에 등록된 전문지도자는 240여 명(겨루기, 품새, 격파)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태권도협회는 본회에 등록된 팀 지도자 40명만을 예비선거인단에 포함시켜 추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 집행부가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를 이끌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태권도협회는 팀 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한 도장 팀은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올해 2월 팀 등록을 마쳤다. 그런데 2개월 후 서울시태권도협회로부터 팀 등록을 반환하라는 연락을 받고 반환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팀 등록 반환을 당한 팀의 감독은 “지난해까지 문제없이 팀 등록을 했었다. 그런데 유독 올해는 서울시태권도협회에서 팀 등록 반환신청을 하라는 연락이 와 어쩔 수 없이 그 요구에 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도장은 서울시태권도협회 회원이다. 때문에 도장 이름으로 팀을 등록하게 될 경우 중복이 된다. 만약 예비 선거인단 후보에 포함시켜 추첨할 경우 도장군과 지도자군 양쪽에서 중복으로 선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의 주장대로라면 도장을 경영하는 관장은 회장이나 임원, 심판, 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중복되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에서부터 심판과 전문지도자 등록 시 일일이 중복을 체크하면서 받아야 한다는 것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또 ‘2024년도 S.T.A. 학교 및 실업(단체)팀 등록안내 공문’도 일부 팀에만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문에는 ‘미등록 학교 및 실업팀은 본회에서 주최·관하는 각종 대회 종합시상 및 각종 장학생 선발, 선거권 등에서 제외함’ 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서울시태권도협회에 등록된 팀 외에는 선거권 제외는 물론 각종혜택에서는 배제한다는 것이다. 품새나 격파는 주로 태권도장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등록하고 각종 국내 전국대회에 출전한다. 당당한 팀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 팀에게 공문발송은커녕 도든 해택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회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협회가 회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팀으로서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직무유기 여부에 대해 따져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은 팀 등록을 막고 친 집행부 세력만으로 유리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철저한 계획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한체육회 선거관리규정권고안에 따르면 18세 이상 선수가 대한체육회 등록시스템에 등록된 경우 예비 선거인단에 포함시키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선거 당해 연도 자신들이 주최하는 대회에 1회 이상 출전한 선수들만을 가려내 예비 선거인단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올해 품새 대회는 단 한 번의 대회를 치렀을 뿐이다. 격파대회는 아예 없었다. 품새대회도 올 3월 전국체전 서울시선발전을 치른 게 다였다. 선수들은 선거인단에서 제외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전국체전 품새대회 서울선발전 개최시기에도 의문점이 발생한다. 전국체육대회 품새종목 및 종별에 대한 참가 범위 등 모든 결정이 지난 7월 달에야 결정됐다. 그런데 서울시선발전은 이보다 훨씬 빠른 3월에 이미 치러버렸다. 출전 기회를 모두에게 공정하게 주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격파대회가 없었기 때문에 격파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겐 선거는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이 돼버렸다. 이 모두가 회장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심판도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주최·주관하는 대회에 1회 이상 활동한 심판만을 예비선거인단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심판은 심판위원장이 위촉한다. 심판 본인에 의지에 의해 대회 참가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편만 심판으로 위촉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올해 심판위원장 1명을 더 임명했다. 기존의 심판위원장이 특정후보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이후 심판위촉에 대한 권한을 새롭게 임명된 심판위원장에게 더 크게 부여했다. 당연히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예비선거인단에 포함시키기 위해 수신호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심판을 위촉해 대회기간 내내 심판석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태권도협회 한 이사는 “심판으로서 제대로 수신호도 안 돼는 사람을 위촉해 대회기간 내내 심판석 의자에만 앉아 있었다”며 “1번 이상 대회에서 활동한 심판만 예비선거인단에 포함시키겠다는 독소조항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이러한 악수(惡手)를 두는 데에는 ‘제10조(선거인수의 배정) 직군별 배분비율 수정 시, 위원회에서 결정(체육회 승인사항 최소화)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사실상 이는 태권도에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태권도를 비롯해 축구, 배구, 야구 등 비교적 회원이 많은 종목은 이 조항을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 각 시도협회나 시군협회 등 조직이 외소하거나 회원 수가 부족해 이사회 구성도 힘든 종목들이 있다. 그 종목들 때문에 이 조항을 만든 것이다. 태권도협회가 이 조항을 내세워 편법으로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 한다면 반드시 선거 이후에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태권도협회 한 이사는 “오죽 자신 없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겁을 잔뜩 먹었으면 이렇게까지 규정을 악용하려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태권도협회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 23일 이사회 이후 선거관리규정을 승인받기 위해 서울시체육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체육회는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승인받기 위해 발송한 선거관리규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선거는 공정한 가운데 치러져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경쟁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서울시는 최대 150명까지 선거인단을 구성할 수 있다. 선거인단 수를 최대한 늘이는 이유는 태권도협회 운영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과거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의들만으로 회장을 선출해왔던 규정을 철폐하고 다양한 직군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게 된 것은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선거권을 확대할 토양이 되어 있다. 따라서 선거인단 구성에 대한 논의는 분명 필요하다. 향후 서울시태권도발전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특정후보를 위한 선거규정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물러나면 진다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갈등을 조장하는 것 보다 이해관계자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김창완 기자  chang23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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