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선수권대회 경기종합]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를 호령하던 한국 태권도가 이젠 아시아 지역에서조차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베트남 호치민에서 벌어진 제2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팀은 금 4, 은 1개를 획득해 합계점수 62점으로 29점에 그친 이란(금 1, 은 1, 동 2개)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 3위는 금 1, 동 1개로 18점을 얻은 요르단이 차지했다.

하지만 여자팀은 금 1, 은 1, 동 2개로 47점을 얻는데 그쳐 금 4, 은 1, 동 1개로 63점을 획득한 대만과 금 2, 은 3개로 47점을 획득한 중국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대회 마지막 날 미들급으로 출전한 이인종이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국제대회 참가 사상 첫 노 골드의 수모를 당할 뻔했다.

한국팀은 패기와 근성, 기술, 전략 등 어느 것 하나도 외국선수들에 비해 앞서는 게 없었다. 그나마 남자 헤비급에 출전한 차동민이 노련미로 우승을 챙겼고, 웰터급 이동언이 적극적인 공격력을 보이며 금메달을 따낸 게 한국팀에 위안이 됐다.

여자 밴텀급에 출전한 윤정연은 중국의 우징유를 맞아 2분 3회전 동안 발 한 번 제대로 차보지도 못하고 첫판에서 허무하게 패했다. 상대가 아무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하지만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 선수라고 믿기지 않았다.

윤정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에게서 적극적인 공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복권을 사지도 않은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모순’을 보는 듯했다. 게다가 전략도 없었다. 상대 선수들은 발을 들고 밀어 차며 득점을 얻어내는 동안 한국 선수들은 이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도 보이지 못했다. 겨우 할 수 있는 게 받아차기 정도. 그러나 수없이 받아차기를 해보아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기술도 부족하고 근성도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외국 선수들의 기량은 눈부시게 성장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을 만나면 주눅이 든다는 말도 까마득한 옛말. 수년 전까지만 해도 결승전이 열리는 코트에는 한국 선수들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결승전은 대만, 중국 등 외국선수들의 경연장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의 +80kg급 선수는 런던 올림픽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상당한 기량을 보였다.

메달권 근처에 얼씬도 못하던 나라 선수들이 올림픽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각국이 골고루 메달을 나눠가졌다. 태권도는 이제 정말 절대강자가 없는 실력 평준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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