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걸어온 길 / 그 언제 하루라도 평안한 날 있었던가 / 막막하고 팍팍한 세월 돌주먹으로 벽을 치며 / 시대를 울던, 그 광기의 연대는 꿈같이 가고 / 나 어느새 적막의 마흔을 살고 있다 / 적을 미워하는 동안 부드럽던 내 마음의 순은 / 잘라지고 뭉개지고 이제는 적보다도 내가 나를 / 경계하여야 한다."
이재무씨의 "시가 씌어지지 않는 밤" 일부다.

시인의 말을 빌릴 것 없이 마흔이란 "내가 나를 경계해야 하는 나이" "내가 나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이다.

불혹(不惑)의 나이 마흔은 좋든 싫든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거나 시작해야 하는 나이다. 또 지나온 삶을 반성하고 완성의 길로 다시 도전하는 나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40대는 "新40대(New 40's)로 불린다고 한다. 이들은 가장 많이 소비하는 만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세대다. 그만큼 40대가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 태권도계에서 40대는 여전히 "영글지 못한 벼이삭" 취급을 받기 일쑤다.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60, 70대의 그늘에 가려 어떨 때는 "어린 아이"로 취급 받는다.

그리고 종종 아무리 좋은 제안과 청사진을 제시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혹은 "우리 때는 그런 것 하지 않아도…"하는 식으로 무시를 당한다.

존 F케네디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는 42세였고,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는 41세였다. 또 제3의 길을 제시하며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46세였고, 박정희 역시 43세에 쿠데타를 성공시켰다.

이 뿐인가. 인물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이라크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천수이벤 대만총통 당선자, 히틀러 독일 총통 등은 모두 40대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처럼 40대는 그동안 쌓은 이력(履歷)을 통해 발견과 성취, 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시기이다. 20대와 30대만 기존의 사회질서에 반기를 들고, 개혁과 변혁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태권도계의 40대는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풍토가 오죽했으면 한국체육대학교의 모 교수는 "30～40대가 아직도 어린 아이로 취급을 받고 있다" 며, 변화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창조적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간절히 토로했겠는가.

이제 태권도계도 40대가 중심이 돼 태권도계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큰 소리를 치며 제도권을 주름잡고 있는 60, 70대 인사들도 40대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에 요직에 앉아 있으면서 현안을 좌지우지 하지 않았던가. 이제 원로들은 노욕(老慾)을 버리고 후진들에게 길을 터 줘야 한다. 40대는 경험이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제 40대 초반의 교수들이 학과장을 맡고 있고, 40대가 시도협회 전무이사를 맡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취와 결실을 이룰 40대가 "아직 어린다는 이유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좌절과 패배의식에 빠져든다면 태권도계의 미래는 없다. "며 40대가 좌절하면 태권도의 발전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40대가 기(氣)를 펴는 태권도계를 기대해본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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