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자체적인 개혁과 이에 대한 홍보 노력으로 지난해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 참가종목으로 결정됨으로써 올림픽무대 퇴출의 불안감을 떨쳐냈다.
하지만 태권도가 간신히 올림픽 참가종목 지위를 지켜냈다는 설들이 무성하고,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라데의 위협도 만만치 않은 상태여서 아직도 안심할 때가 아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2016년 올림픽 참가종목이 결정되는 2009년 과테말라 IOC 총회까지 개혁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상황이다.
본지는 올해 WTF가 주최하는 국제대회가 끝난 시점에서 올림픽 참가종목 결정에 핵심사항으로 분류되는 심판, 경기규칙, 경기운영 등에 대해 점검하는 기획특집을 8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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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권도복과 띠의 정확한 규격이 없는 상태. 사진은 띠가 무릎까지 내려온 선수의 모습. |
태권도복은 대중들에게 태권도를 대변하는 복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태권도인들 역시 도복에 대해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현재 태권도복 규격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복을 생산업체들이 마음대로 제작, 판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도복의 정확한 규격이 없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선수들이 입은 도복 상·하의 길이는 제각각이고, 도복에 부착된 제작업체의 상호표시도 천차만별이다.
도복 생산업체들이 판매해 일부 태권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변형 도복에 대해서도 규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도복의 규격 자체에 대한 규정이 없다보니 생산업체들 탓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예전엔 손으로 상대편 도복의 하의를 붙잡고 발놀림(스텝 · 짓기)을 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그 선수만의 경기 스타일이 아니라 도복 하의가 너무 길다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지금도 일부 선수들은 도복을 구입한 후 자신에게 편하도록 수선해서 입는 실정이다.
태권도 수련의 정도를 나타내는‘띠’에도 길이나 표시(이름과 소속), 색상 등에 대한 규격이 없다. 띠가 늘어뜨려서 맬 정도로 길거나, 반대로 너무 짧거나 한 여러 가지 경우의 모습들을 대회장에서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올림픽 참가종목 중 태권도와 함께 아시아 대륙이 종주국인 유도의 경우에는 경기규칙에 복장(유도복)에 대한 사항들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도복의 소재, 색상, 부착물의 위치와 허용한계, 상 · 하의 길이, 띠의 길이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있다. 또 도복의 규격을 그림으로도 설명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림픽 종목으로 세계화된 태권도가 유도처럼 명확한 도복 규정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 어떻게 보면 태권도 기구들의 직무소홀이거나 태만이다.
태권도 관련 기구들이 도복에 관련된 사항들을 소홀히 하다 보니 태권도 선수나 수련자들은 제작업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도복의 착용 상태가 제각각으로 무질서하고 소재 개발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태권도를 상징하는 도복의 규격을 엄정하게 하기 위해 지금 당장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WTF)이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 국기원과 WTF는 도복의 규격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이를 경기규칙안에 포함시켜 경기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태권도 용품 제작업체들에게 도복의 규격을 통보하는 한편 대회장에서 선수들이 착용한 도복에 대해서도 엄격한 점검과정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도복의 규격을 점검하는 외에도 자신의 도복과 띠를 착용했는지, 공인제품인지, 도복 안에 불필요한 옷을 입고 있는지(여성제외) 등에 대한 세심한 점검도 필요하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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