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내발산동은 의외로 학구열이 높은 지역이다. 초등학생들도 학원을 전전하다 밤 10시나 11시에 집에 들어가기가 일쑤이며 대부분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운동은 그만두고 학업에 전념한다.

아파트촌이라 그런지 가까운 주변에 태권도장 예닐곱은 있다. 그 중에 도장이름으로는 생소한 로뎀태권도장이라는 간판이 더욱 눈에 띈다.

로뎀은 사막에서 자라는 나무 이름이다. 성경에서 언급됐던 만큼 일반인들에게는 종교적인 느낌이 강한 단어다. 모태신앙으로 아직까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백민철(33) 관장은 한 기독교인의 도움을 받아 도장 이름을 로뎀태권도장으로 결정했다.

수업을 마치고 수련생들이 단체로 컵쌓기 대회를 하고 있다.

2002년에 개관한 도장은 관원 1명으로 시작했고 경영난으로 한동안 고생도 했다. 고생했던 그날들을 회상하며 백 관장은 도장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던 사고의 전환을 소개했다. 고수회 회원으로 품새대회 입상경력이 많았던 백 관장은 도장운영 초창기에 수련생들의 품새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만 몰두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힘들어하는 수련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고, ‘내가 고수회이지 아이들이 고수회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우리 도장은 대부분의 수련생이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생입니다. 수련생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고집을 피웠나 봐요. 어린 수련생들에게는 흥미와 호기심 등을 유발해내는 즐거운 태권도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뒤늦게 떠오른 것이지요.”

백 관장은 수련생들의 눈높이를 철저히 맞춘 ‘즐거운 태권도’라는 새로운 모토로 도장을 이끌어 가기 시작했고, 수련생들은 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수업에 집중하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이러한 소문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전달됐다.

‘어떤 방법으로 즐겁게 운동을 시킬 수 있을까?’ 지도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답이 나온다. 로뎀태권도장은 음악을 적절히 이용한다. 준비운동으로 경쾌한 최신곡에 맞춘 태권체조가 진행됐고, 명상 등에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음악을 선정해 이용한다.

“딱딱한 구령보다 즐거운 음악이 아이들을 더 집중시키고, 사기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0분 정도는 꼭 음악을 틀어 놓고 수업합니다.”

과연 아이들은 음악이 나와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수업에 집중하여 지도자의 요구에 잘 따라 주는 모습이었다. 한 시간의 수업을 지켜본 것뿐이지만 지역의 특징과 수련생의 눈높이를 맞춘 점은 그만큼 돋보였다.

로뎀태권도장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도장 정면 전체가 거울로 돼있다. 동작을 보기 위해 측면에 간간이 거울을 설치한 도장을 본 적은 있지만 정면에 거울이 있는 모습은 쉽게 보지 못해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궁금했다.

지도자와 아이들이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고 수업을 해도 뒤쪽 끝까지 아이들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잇점이 있었다. 품새나 동작 지도에는 확실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태권도장 정면 전체가 거울이라 좀 산만해 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동작이나 품새 수업 이외 시간에는 커튼을 쳐서 지도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거울 설치는 저의 생각이었는데, 실제 해보니 장점이 많습니다. 다른 도장에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권해주고 싶네요.”

로뎀태권도장 수련생들이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단체사진 촬영에 임했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일찍 시작한 덕분에 도장운영도 벌써 7년이 넘은 백 관장은 철저한 노력파다. 재미있는 수업도 음악을 접목한 수업도 모두 계속 변해야 하고 아이들의 관심을 살펴 그것에 맞춰 나가야 하는 일들이다.

누구나 해본 수업 프로그램을 가지고 로뎀태권도장에서는 아이들이 100% 집중하고 즐거워 할 수 있도록 다시 만들고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 바로 이런 노력과 행동이 지역 수련생들로 하여금 로뎀태권도장을 찾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 아닌가 싶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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